블랙홀과 시간: 미래와 과거는 실존하는가?

우리가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어떠한 지식들이 있다. 이러한 지식들은 어려서부터 비판적인 시각 없이 들어왔기에, 비판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매우 당연한 상식들이 되어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필자의 생각에, 미래 혹은 과거의 실존성도 이와 같다. 시간을 다루는 창작물에서 흔히 과거로 가거나 미래로 가고, 4차원과 시공간 같은 용어들을 사용해서 그럴듯하게 연출하니 미래와 과거가 실존한다고 당연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

하지만 시간이란 무엇인가? 흔히 우리의 세계는 시간의 1차원과 공간의 3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공간의 3차원은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1차원의 시간은 무엇인가?

필자가 생각하기에 시간의 차원의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특징은 한 가지다: 연속성.

시간은 연속된다. 여기에서 연속성은, 같은 속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보통 함께 일컬어지는 특성인 불가역성도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게 ‘시간’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타임머신 등이 나오는 창작물만 봐도 그 ‘불가역성’은 지켜지지 않지 않는가.

블랙홀

하지만 해당 불가역성은 다른 직관을 유도할 수 있다. 우주에는 수많은 신비가 있지만, 그중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신비 중 하나는 바로 블랙홀이다. 이론적으로 0의 부피와 무한대의 밀도를 갖는 특이점에서 촉발되는,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우주의 구멍. 기본 상호 작용 중 가장 이질적이며, 심지어 시간에도 간섭하는 힘을 기반으로 하는 현상.

자, 여기에서 우주 자연선택설을 아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블랙홀 안에 또다른 우주가 태어나는 이론이다. 필자는 이상의 아이디어들을 종합해, 실제로 우주 안에 새로운 우주가 생겨나는 원리와 시간의 실존성을 엮어 어떠한 가설을 주장하고자 한다.

블랙홀 안의 공간과 시간

블랙홀 안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역할이 뒤바뀌고, 계속해서 특이점을 향해 떨어진다. 이 둘은 각각만 놓고 보면 어려울 것 없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블랙홀 안에서 새로운 우주가 생겨난다면, ‘그 우주의 시간’은 어떻게 구현되겠는가?

필자는 그것이 당연히 ‘공간’, 정확히는 특이점을 향해 떨어지는 ‘불가역적’이고 ‘연속적’인 중력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사실이다. 블랙홀 안에서 우주가 생겨났고, 그 안에서 시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특이점의 중력 그 자체 아니겠는가? 만약 우리가 그러한 방식으로 블랙홀 안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면, 블랙홀을 향해 떨어지는 축을 시간으로 여기며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 우주가 ‘시간’이라 부르는 것은 상위 우주에서는 특이점을 향하는 공간의 축, 혹은 공간좌표이다. 공간의 이동도 중력에 의해 내부 관측자에게 ‘불가역성’과 ‘연속성’을 띌 경우 ‘시간’의 차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시간이란, 중력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미래와 과거는 실존하는가?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하늘에서 공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 공에게 있어서 중력에 의한 낙하는 시간이다. 자의로 더 앞으로 나아가거나 뒤로 나아갈 수 없으니까. 그 공에게 있어서는 공간의 3차원중 상하의 축을 시간으로 여긴채, ‘이 세계는 2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상상을 할 수도 있다. ‘타임머신’과 같은 장치를 통해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공의 과거와 미래는 실존하는가? 과거란 그 공이 떨어져온 궤적에 불과하다. 현재 그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그 공이 시간이 지나 떨어지면 미래로 가겠지만, 그러지 않는 한 현재에는 미래에도 아무것도 없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실제로 과거나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해당 공을 제외한, 혹은 해당 공까지 포함된 모든 것에 외부에서 힘을 가해야 한다. 공을 잡아 원래 있던 궤적에 올려두거나, 공을 잡고 중력가속도보다 더 빠르게 내려와 두는 것이다. 만약 공의 우주에 먼지, 새 등이 있었다면 그러한 모든 것을 계산한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공의 입장에서 시간여행이 되는 것이다.

과거로 간다는 것은 현재의 우주 전체를 ‘역산’, 그리고 ‘역계산’하는 것이다.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에 현재라는 이름으로서 존재했을 뿐. 해당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역방향 계산을 해야 한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은 현재에서 순방향 계산을 통해 언젠가 도달하게 될 순간이다. 계산이론에 따르면 시스템은 중간 과정을 건너뛸 수 없다. 즉 언젠가 매우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나타나더라도, 해당 인공지능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은 ‘해당 미래까지 모두 계산’ 하는 것 외에 꼼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현 시점에 아직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관점에 따라, 우주는 거대한 계산일 수 있다. 현재는 마지막 계산 결과이며, 과거는 계산되었던 것으로 다시 알기 위해선 역산을 해야 하고, 미래는 계산을 해야 한다.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계산되지 않았으니까.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계산 결과이니까.

현재만이 마지막 계산 완료된 상태이다.

빅 크런치

해당 가설에 따르는 우주의 우주멸망 가설은 빅 크런치이다. 빅 크런치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언젠가 우주는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며 한 점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블랙홀 안에 생긴 우주일 경우 매우 당연한 사실이다. 우주는 지금도 특이점을 향해 떨어지고 있으니까.